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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산운용사(투운사) 독학, 시험 합격 후기, CFO 강의노트

투자자산운용사(투운사) 독학, 시험 합격 후기, CFO 강의노트

입사하고 월급을 두 세번 받고 나니 코로나로 주식 시장이 폭락했다. 뉴스를 보면 온통 주식 이야기 뿐이었다. 무서워서 돈을 빼는 사람도 있었고 기회다 싶어 돈을 넣는 사람도 있었다. 그 전까지는 주식 투자란 걸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뭘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몰라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한 것은 'CFO 강의노트'라는 책을 2번 읽은 것이다. 이 책은 내가 고른 건 아니고, 같은 팀 부장님께서 도움이 될 거라고 선물해 주신 책이다. 그 분은 팀에서 숫자를 담당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공대를 나와 숫자까지 잘 다루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게 선물 받은 그 책이다.

이 책을 처음으로 집어 들었을 때는 사실 조금 막막했다. 대학 교재 수준의 두께가 나를 압도했다. 그나마도 앞부분은 대학생 때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이랑 겹쳐서 알아들을 만 했지만 뒤로 갈수로 내용이 복잡해졌다. 진짜 대학교 시험 공부 하듯이 외워가며 책을 읽어야 그 다음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책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독서를 위한 책이라기 보단 대학 교재에 가깝다.)

한 번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모르겠다'... 허허...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같은 영화를 절대 2번 보지 않는 나는 당연히 시험 공부를 위해서가 아니고서는 같은 책을 2번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노트를 사서 내용을 정리해 가며 공부하듯이 책을 읽었다. 두 번째 읽는 것이어서 그런지, 노트 정리를 해가면선 읽어서 그런지 이번엔 이해가 좀 잘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래서 주식을 해야해 말아야해? 나의 투자 결정에는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시도한 것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취득이었다. 투운사는 취준할 때 주변에서 종종 따던(혹은 따려고 시도하던) 자격증이었다. 아마 내 전공이 경제학이라 금융권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꽤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후기를 보니 많이 어렵지는 않으나 암기량이 상당하다고 했다. 흠... 내가 젤 싫어하는게 외우는 건데 모든 시험이 다 암기지 뭐...

이 책으로 투운사를 준비했다.

투운사 합격 후기를 몇 개 읽어보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해커스 투운사 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다. 투운사는 3과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70% 이상 맞으면 합격이다. 그리고 과목별로 과락 기준(40%)이 있다. 양이 워낙 많은 시험이기 때문에, 그리고 합격 기준이 70%로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똑똑하게 시험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기본 강의는 듣지 않았고 중간 중간 너무 이해가 안되는 부분만 골라 들었다. 핵심 내용을 싹다 이해하고 암기하기보다는 빈출 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제1과목의 '부동산관련 상품'과 같이 내용도 어렵고 외울 것도 많으나 시험 출제 비중이 적은 부분은 과감히 스킵했다. 책에 있는 요점 정리를 활용해서 암기를 하려고 했는데 결국은 내 손으로 노트를 정리하게 되었다. 하 누가 깔끔히 정리해 놓은 노트를 팔았다면 내가 당장 샀을텐데... 노트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이렇게 2-3달 정도 공부해서 큰 무리 없이 합격했다. 

합격하고 느낀 점은... '부질없다'

하... 이 자격증 취득 역시 나의 투자 결정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부를 하면서도 '아니 이런 방법을 정말 믿고 사용해서 주식 투자를 한다고?' 싶은 분석 방법들이 한가득이었다. 차트를 보고 사이클을 찾는다거나 그 모양을 외운다거나... 내 기준으로 차트 분석은 너무 작위적이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랄까..? 허허... 지금ㅇ은 기억도 나지 않은 무슨 무슨 파동들을 외우면서 현타가 오지게 왔다. 그리고 외워야 하는 법 조항과 규정들이 엄청 많았는데, 이것은 사실 개인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한 것... 이미 시험 등록은 했고 이미 시작한 공부니 자격증 취득은 하자는 생각으로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긴 했는데, 정말 의미 없다고 느끼는 공부였다. 차라리 유투브를 보면서 기업 분석을 했다면 투자할 만한 종목을 한 두 개는 더 발굴해 낼 수 있었지 않을까? 


이 두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 후, 난 더 이상, 학생처럼 공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을 하나 잡고 그 책을 완벽히 이해한다거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주최하는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서 나의 투자 실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투자 공부란 건, 수능 공부나 대학교 시험 공부와는 달라서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고 표준화된 공부 방법이 있는게 아니다. 직접 많은, 정제되어 있지 않은 정보를 검색하고, 필요에 따라 정보를 정리해서 체화하고, 실제로 투자를 해 보면서 스스로 깨달아 나가야 하는 것이 투자 공부인 것 같다.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 차근 투자 체력을 길러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