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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넷플릭스 영화, 아이엠 마더 (스포일러 포함)

넷플릭스 영화, 아이엠 마더 (스포일러 포함)

일요일은 항상 너무 짧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딱히 할 일이 없어 빈둥빈둥거리면서도 정신 차리고 보면 늦은 밤...

어제도 그랬다. 월욜 출근을 앞두고(물론 재택근무이지만) 일욜 밤을 그냥 보내기가 싫어 넷플릭스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아이엠마더 (같은 제목의 다른 영화도 있었던 것 같은데...)

 

줄거리

'마더'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태아를 배양해 보살피고 교육시키며 완성된 인격체로 키운다. '딸'은 (신기하게도 이 여자 아이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엄마와 딸이 각각 mother와 daughter로만 불린다.) 인공지능 로봇인 마더를 엄마라고 생각하고 믿고 따른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언제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마더와 딸은 외부 환경과는 완벽히 분리된 공간 속에서만 살아가는데 마더는 바깥 세상이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딸은 쥐를 발견하게 되고 쥐가 살 수 있다면 바깥 세상이 그리 위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바깥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날, 바깥 세상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여자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 여자를 안으로 들여 보낸다. 여자는 총을 맞은 상태였고 딸은 여자를 돕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많은 혼란이 발생한다.

딸은 마더가 이 여자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자가 마더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총을 쏜다. 여자 말에 의하면 마더는 '드로이드'라는 인공지능 로봇이며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한다고... 딸은 혼란스러워한다. 한 번도 자신을 해친 적이 없는 마더가 살상을 저지르고 있다니... 여자는 광산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함께 탈출할 것을 권유한다. 딸은 몇 가지를 확인한 후(여자의 다리에서 나온 총알과 여자가 마더에게 쏜 총알이 같았다는 마더의 말이 거짓말임을 확인하고, 용광로에서 사람 치아를 발견하면서 마더가 딸 이전의 딸을 붙태워 죽였음을 확인한다)에 여자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며 탈출을 결심한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자신의 남동생. 얼마 전, 마더는 딸에게 남동생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며 남동생을 고르게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자와 딸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여자가 말했던 광산과 다른 사람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자는 이미 오래전에 광산을 떠났고 높은 확률로 광산에 남은 사람들은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서로를 죽였을 것이다. 딸은 남동생을 구하러 다시 마더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더에게 자신이 남동생을 잘 키울 수 있다며 남동생을 넘겨 달라고 한다. 마더는 남동생을 넘겨주고 딸의 손을 이용해 본인을 정지시킨다. 

 

해설

'마더'라는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이 만든 것으로 사람들이 노답이 되어 가면(가령, 잔인, 사악, 이기적...) 인간을 멸종 시킨 후에 도덕적,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지능 로봇의 판단으로는 종말을 맞이할 순간이 왔던 것이고 '마더'는 모든 사람들을 없애버렸다. 그리고는 딸을 기르고 교육시킨다.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딸은 3번째 딸이다. 테스트할 때의 코드명을 보면 3이란 숫자가 보일 것이다. 1번째 딸과 2번째 딸은 어떻게 된 것일지 궁금해지는데 1번째 딸은 사실 다리에 총을 맞은 여자이다. 영화 맨 마지막에 마더가 여자를 찾아가 '너는 엄마가 누군지 기억이 나니? 왜 너만 유독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건 다 필요에 의한 거였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라고 말하며 여자를 죽인다.

즉, 마더의 1번째 딸이 그 낯선 여자였고 이 여자는 2번째, 혹은 3번째, 혹은 그 다음 딸들의 테스르틑 위해 살아 있었던 것. 추측해보건데 2번째 딸은 도덕적, 인격적 자격 미달로 마더가 용광로에서 불태워 죽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사람 치아가 나왔던 것이고. 3번째 딸, 즉 영화의 주인공은 인격적, 도덕적으로 우수한 아이로 성장했고 이 아이가 장차 인류의 '마더'가 될 것임을 인공지능 로봇 마더는 확신했고 마지막 테스르토 1번째 딸, 즉 다리에 총을 맞은 낯선 여자를 이용했던 것이다. 딸은 탈출에 성공한 후, 남동생을 데리러 위험을 무릅 쓰고 다시 마더에게 돌아왔고 이로써 딸은 마더의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낯선 여자가 바깥 세상에서 얼마전부터 옥수수 같은 것들이 무성히 자라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인공지능 로봇 마더가 인류가 다시 문명을 이룰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키우기 시작한 것. 

 

생각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딸을 교육시키는 장면에서 마더가 딸에게 한 명을 희생해 다수를 살릴 것인지를 묻는데 정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인공지능 로봇인 마더의 입장에서는 아마 소수를 희생해 다수를 살리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계산이 되겠지만 이간의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딸도 '내가 그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알았는지, 그 사람들이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인지'를 묻는다. 

결국 인공지능 로봇 마더도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람들도 알았던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이 계속 굴러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인간 세상이 흉측할 대로 흉측해지면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마더'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마더'는 딸에게 엄마이지만 인공지능 로봇 엄마와 엄마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더가 과연 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까? 딸은 마더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텐데. 첫 번째 딸, 다리에 총을 맞은 낯선 여자를 마지막 테스트 용도로 사용한 후 죽여버리고, 도덕적, 인격적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두 번째 딸을 불태워 죽인 것이 마더이다. 물론 마더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 모든 일들을 철저한 계산 하에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진행했지만 실제 엄마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런 것을 사람들도 알았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에게 이러한 인류의 새로운 '마더'를 양성시킬 임무를 준 것이겠지. 

한 가지 풀리지 않음 미스터리는 '개'이다. 낯선 여자는 어떤 개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딸이 개랑 같이 바다를 바다보다 남동생을 구하러 돌아가는데 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딸이 접어 놓은 개 모형만 있을 뿐... 개는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고 낯선 여자는 왜 개를 데리고 있었을까. 딸은 왜 개를 보고 남동생을 데리러 갈 결심을 한 것일까. 개는 어디로 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