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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

난 저축이 싫다. 그래서 저축을 안 한다. 하지만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

난 저축이 싫다. 그래서 저축을 안 한다. 하지만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

오늘은 저축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저축... 난 언젠가부터 저축이란 걸 하지 않고 살았다. 어렸을 때는 명절에 친척분들이 주시는 용돈들을 꼬박꼬박 모아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저축을 했었다. 사실 그 땐 너무 어려서 저축이 뭔지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유리 구슬을 모으듯 돈을 모았다. 나는 ATM에서 돈을 넣을 줄도 몰라서 받은 용돈을 내 가방에 잘 넣어놨다가 할머니집에서 우리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엄마한테 모든 돈을 주면서 "엄마, 내 통장에 넣어줘"라고 한 게 전부였다. 얼마를 받았는지, 얼마를 모았는지 알지 못했고 그걸 다시 뽑아 쓴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쌓아갈 뿐. 엄마아빠의 주거래 은행이 농협이어서 당연히 내 통장도 농협 통장이었는데 어린 나는 '농협'이 뭔가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농사...를 떠올려서 그런가... '엄마아빠는 왜 농협에 돈을 넣어놓지?'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중학생 때의 기억은 너무 흐릿하다. 아마 그 때는 현금을 주로 쓰지 않았을까? 그 때도 명절에 받은 용돈을 그 농협 통장에 넣었을 것 같긴한데... 기억이 잘 안난다. 확실한 건 명절에 받은 용돈들은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명절 용돈을 '써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고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타지역의 기숙사 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학교 앞에 국민은행 ATM이 있어 국민은행 체크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농협 통장을 쓰지 않게 되었고 농협 통장은 내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엄마아빠랑 떨어져 살아서 그런가 엄마아빠는 나에게 항상 충분한 용돈을 보내줬다. 공부만 하는 고등학생이 돈 쓸 데가 어디있겠냐만은 그때는 인터넷 쇼핑과 외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생각해보면 이건 지금도 그렇다.) 어떤 때는 A4 용지 몇 백장을 시키기도 했고 입지도 않을 옷을 사기도 했다. 주말이면 학교를 나가 맛난 음식을 잔뜩 사먹고 들어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한 달에 용돈을 60만원 가까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 많은 돈을 예쁜 쓰레기를 사는 것과 내 스스로를 돼지로 만드는 것에 썼다니, 정말 그 때로 돌아가 나에게 혼쭐을 내주고 싶다. 그거 반만 모았어도... 뭔가... 이 때부터 저축을 안했던 것 같다. 

대학에 와서도 저축을 안했다. 수입원이라고 하면 엄마아빠가 매달 보내주는 넉넉한 용돈과 가끔 하는 과외, 그리고 방학 때 잠깐 하던 단기 알바 정도...? 용돈은 남김 없이 다 썼다. 대학에 오니 돈 들어갈 데가 왜이리 많은지. 비싼 대학 교재도 사야했고 과 모임에도 나가야했고 연애도 해야했고 가끔 고향도 방문해야 했다. 하나하나가 다 돈이었다. 그나마 기숙사에 살아서 숙박비는 얼마 들지 않았지만 음식값과 술값이 어마무시했다. 간헐적으로 들어오던 과외 수입도 다 썼다. 용돈은 얼마를 받든 부족한 법이기 떄문에. 그나마도 쓰지 않고 당분간 내버려 두었던 돈은 단기 알바로부터 얻은 약간 굵직한 수입이었다. 나는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방학 때 갈 해외여행을 위해 잠깐 그 돈을 쓰지 않고 남겨 두었던 것이다. 물론 방학이 지나면 그 돈들도 다 없어져있었다. 모르겠다. 나는 경제학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돈이나 저축에는 1도 관심이 없었다. 뭔가 그 때의 내 생각은, '지금 모으는 돈은 별로 의미 없어. 돈을 모으기보다는 돈을 현명하게(?) 쓰면서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보고, 배우고 싶은 것도 다 배우고, 여행도 실컷 다녀야지. 돈이 있을 때가 되면 시간이 없을거야'였다. 

물론, 직장인이 된 지금 대학생 때 나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받는 대로, 버는 대로 돈을 썼고 그 덕에 풍요로운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연애도 많이 했고 술도 많이 마셨고 예쁜 옷도 많이 입었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대학 생활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지 못한 것이다. 한달에 3만원, 소액이라도 쓰지 않고 모으는 습관을 길렀더라면 직장인이 된 지금, 돈을 좀더 차곡차곡 모으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여전히 난 저축과는 거리가 멀다. 매월 3만원씩 주택청약에 넣는 것 외에는 단 한 푼도 저축을 하지 않고 있다가 2달 전부터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을 시작한게 전부다. 이 적금도 사실 쓰기 위한 적금이다... 올해 골프를 시작하고서부터 운동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운동 적금을 시작했다. 내년엔 이 적금 금액 내에서만 운동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목표다. 

저축을 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저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근데 너무 이자율이 너무 낮은걸... 돈을 저축할 바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 모으겠다는 것이 나의 마인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왜 저축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이자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강제로 쓰는 돈의 양을 제한하기 위해서였다. 쓸 만큼 쓰고 투자하다보니... 정말 쓸 만큼 다 써버려서 결국 투자액이 작아졌다.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내년엔 투자액을 늘리든 적금액을 늘리든 하고 소비액을 제한해야겠다. 사실 아직도 적금...이란걸 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면 최소한 투자라도 많이 해야 한다. 수입의 70%를 저축/투자하는 것이 나의 내년 목표이다. 이번 달만 조금 더 쓰지뭐, 이거 하나만 사고 다음달에 덜 쓰지뭐, 하는 핑계를 절대절대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 매달 수입의 30%만 소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