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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로운 생활

리디북스 1년 이용 후기 (작년에 내가 다독하게 된 비결,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리디북스 1년 이용 후기 (작년에 내가 다독하게 된 비결,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2019년도의 어느 시점부터 리디북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었다. 리디북스를 이용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생활이 조금 여유로워진 어느 시점 (예를 들면 방학이라든지...)에 책을 좀 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고 리디북스의 '첫 달 무료'라는 마케팅에 '한 번 써볼까'하며 리디북스 구독을 시작했다. 

첫 달의 경험이 그닥 머릿속에 남지 않는 걸로 봐서 내가 한 달만에 엄청나게 감명 깊은 경험을 했던 것은 아님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재구독을 결심한 이유는 매달 책 한 권 값만 내면 리디북스에 올라와 있는 모든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어서 한 달에 한 권만 읽어도 이득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3-4개월을 리디북스를 이용했고 1년 구독료를 결제하면 할인을 엄청 해주는 행사를 발견하고 덜컥 1년을 결제해서 2020년 한 해 동안 리디북스를 사용했다. 

 

독서량이 크게 늘었다.

리디북스를 사용하고 나서 독서량이 확 늘었다. 원래 나는 책과 가까운 사람이 아니어서 책을 찾아 읽는, 내 돈주고 사서 읽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구독료는 결제를 했고, 한 달에 한 권만 읽어보자고 결심했는데 2020년 한 해 동안 40권의 책을 읽었다. 이 40권의 책 모두를 리디북스에서 읽은 건 아니고, 한 30권 정도를 리디북스에서 읽었다. 단순히 리디북스를 사용해서 내 독서량이 늘어난 건, 아닐 거고... 어떻게 나는 작년에 (내 기준)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시간적 여유 >> 학생 때는 시간이 많은 듯 했지만 항상 바빴던 것 같다. 수업에 약속에 학회에 과외에... 항상 피곤했고 뭔가 책을 집어 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은 정말 여유로운 한 해였다. 회사에 입사했더니 퇴근 후 시간은 온전히 내 시간이었고 딱히 급하게 할 일들도 없었다. 주말도 마찬가지.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모든 약속이 취소되면서 더더욱 많은 시간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자연스레 독서를 하게 되었다. 

독서 무제한 가능 >> 요즘 책 한 권도 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신중하게 책을 고르게 된다. 사 왔는데 재미가 없거나 별로여서 읽다가 말면 돈 아까우니까. 그리고 산 책은 돈 아깝지 않기 위해 꼼꼼히 읽고 의미를 찾으러 노력한다.

하지만 리디북스를 사용하면 이런 부담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

  • 일단 여러 가지 책들이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선정되어 추천된다. 내가 굳이 인터넷 후기를 찾아가며 읽고 싶은 책을 고를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이번 주에 많이 읽은 책,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오싹한 소설 등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매일 리디 셀렉트 페이지가 업데이트되어 책 선정이 훨씬 수월하다. 
  • 읽다가 말아도 상관 없다. 독서의 중요성과 효용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어떤 책은 정말 재미도 없고 도움도 안 된다. 리디북스에서 고른 책이 영양가 없는 책, 재미까지도 없는 책으로 판명이 나면, 그냥 끄면 된다. 실제로 많은 책들을 읽다 말았다. 만약 서점에서 돈을 주고 구매한 것이었다면 끝까지 꾸역꾸역 읽지 않았을까...
  • 필요에 따라 읽을 수 있다. 책을 사면 보통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는다. 하지만 리디북스에서 책을 보면 필요한 부분만 군데 군데 읽을 수도 있다. 소설은 이런 식의 독서가 불가능하지만 경제/경영 서적이나 자기 계발서는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읽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정보 탐색을 목적으로 책을 골랐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만 얻어내면 끝이다. 

모바일/PC 환경 >> 전자책, 이북이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데, 나는 득을 더 많이 본 케이스다. 지하철 이동 중에, 기차에서, 뭐 하다가 잠시 시간 날 때, 자투리 시간에 책을 읽으면 상당히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데,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무게도 무겁고... 가방에 넣었기 때문에 뭔가 억지로 조금이라도 읽어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이북은 언제든지 모바일 혹은 PC에서 열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특히 폰은 항상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할 시간을 조금만 할애해도 많은 양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때는 잠깐 이북리더기를 살까 했는데, 구매하지 않았다. 코로나가 풀리고 길게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하나 사서 가져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깊은 독서를 했냐,하면 그건 또 모르겠다. 

분명 다독을 하긴 했는데, 절반 정도는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남은 절반 중에서도 절반 정도만 머릿속에 남아있다. 아무래도 폰으로 보다 보니 카톡 알람, 인스타 알람 등등으로 인해 정신이 산만해지는 경우도 많았고, 체리피킹 하듯이 군데군데 읽은 책도 있었고, 빠르게 슥슥 넘기며 읽은 책도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감명 깊은 부분은 형광펜도 칠하는 등 읽을 때는 꽤나 꼼꼼히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독서 후의 활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독서 효과가 다소 떨어졌던 것 같다. 형광펜 칠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지도 않않고,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지도 않았고, 독서 후에 책의 내용을 곱씹으며 좀 더 깊이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는데, 도착 직전에 차에서 내려 버린 느낌이랄까. 그래서 많은 책을 읽었지만 북적북적 앱에 책이 높이 쌓인 만큼의 허무감도 같이 느꼈다. 

 

아, 그리고 리디북스에 모든 책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들은 리디셀렉트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리디 서점에 가서 따로 결제를 해야 한다. 특히 신간의 경우 리디셀렉트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따로 사서 읽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좀 아쉬웠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는 어떤지 모르겠다. 리디북스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이북으로 보유하고 있으려나...

 

전자책 구독 모델이 성공하려면 가격도 가격이지만(사실 한 권만 읽어도 이미 본전을 뽑는 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원, 이천원에 자기 결정이 왔다 갔다 할지는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이 구비되어 있는가, 책 추천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독서라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풍요롭게 하는가, 이 부분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방법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리디북스는 일단 1년 구독이 끝이 난 상태라 연장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복지차원으로 교보문고 이북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일단 교보문고 앱을 한동안 써 보려고 한다. 하지만 불편해서 바로 갈아탈 것 같기도 하다. 교보분고 이북앱에서는 도서관처럼 대출을 해서 책을 보는 방식이라, 누군가 그 책을 대출 중이면 내가 빌릴 수가 없다... 사실 왜 이런식인지는 이해가 전혀 되질 않는다...ㅋㅋㅋ 이북의 장점이 무한히 재생산이 가능한 거 아닌가..? 심지어 at no cost... ㅋㅋㅋ 최근에 읽고 싶은 책이 생겼는데 교보문고 이북에 없어서 결국 알라딘 이북을 결제해서 읽었다. 한 권은 이북으로 출시가 되지 않은 신간이라 실물 책을 주문했고. 

좀 더 깊은 독서를 위해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권, 같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책 내용들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려고 한다. 형광펜도 칠하고 메모도 하고 독후감 비슷하게도 써보고... 어차피 읽을 책이라면 제대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책을 잔뜩 빌려와서 독서를 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면서 책을 읽는게 너무 어렵다고 한다. 눈이 침침해서... 엄마가 나한테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때 많이 읽으라고 하셨다.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개인 시간이 많아지면 더더욱 책을 많이 보게 될 텐데, 눈이 침침해서 독서를 포기하게 되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 엄마를 위해 오디오북 서비스도 좀 찾아 보려고 한다. 읽는 것과 듣는 것은 아마 너무 다르겠지만...ㅠ 아니면 이북리더기를 사드리면 글씨 크기를 키워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편하게 읽는 것조차 모두에게 보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