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 추천 : PAZ(말벡, 아르헨티나, 2018, 28000원에 득템)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 특히나 레드 와인을.
언제부터 와인을 좋아했을까?
대학교 2학년 때 1달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한 적이 있다. 그 때 처음으로 와인을 접했다. 맥주도 맛있었지만 빨리 취하기 위해선 와인이 좀더 효과적이어서 와인을 매일 매일 마셨던 것 같다. 왜냐하면 사실 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기 위해서 마드리드에 갔었기 때문. 그 때는 와인 맛은 모르고 와인을 마셨다. 대학교 1-2학년이 술맛을 알고 술을 마실리가 없는 것처럼.
마드리드를 떠나기 마지막 날 다같이 파티를 했고 그 때 엄청난 양의 와인을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필름이 다 끊겼고 그 담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헐... 난 내가 죽는 줄 알았다. 온 침대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내가 피를 토했나? 어제 술마시고 어디서 넘어졌나?'하고 혼란스러워 하던 와중, 독한 포도의 향기가 내 코를 찔렀고, 이내 내가 와인을 토했음을 깨달았다. 하... 그 순간의 현타란... ^^ 냄새가 너무 고약했다. 내 기억에 난 화이트 와인을 마셨는데 토한 게 빨간 걸 보니 아마 레드와인도 마셨나보다.
후... 머리 빠게질 것 같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기숙사 경비 아저씨에게 가서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와 혼신의 바디랭귀지로 내 방 상태를 알리고 기숙사 로비에서 5시간을 누워 있다가 퇴소했다.
그 이후로 와인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 기억과 그 두통이 너무 끔찍해서...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좋은 기회로 페루에서 1년 동안 살게 되었고 그 때 다시 와인에 입문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고 그냥 와인이 너무 저렴했기 때문에 이것 저것 골라서 사 마시다 보니 좋아하는 포도 품종과 브랜드도 생겼다. Frontera 브랜드의 와인을 즐겨 마셨고 말벡이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다. 매일 저녁 치즈와 초리소와 와인을 마셨고 그 덕에 1년 사이 몸무게가 6키로나 늘었다...^^ 엄마가 1년 만에 날 보시고는 식겁하셨다...ㅋㅋㅋ 다행히 한국에 오자마자 살은 다시 빠졌다...ㅋㅋㅋㅋ
그 이후로 와인을 쭉 즐겨 마셨던 것 같다. 빈도 수는 줄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술이 와인이 되었고 직장인이 된 이후로는 좀 더 넉넉해진 주머니 사정 덕에 꽤나 자주 와인을 마시고 있다. 2020년 초에는 와인 클래스도 들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흐지부지가 되어 버려서 너무 아쉬웠다. 올해 코로나가 좀 잡히면 다시 도전해볼까 싶다.
2020년 마지막 날에는 본가에 내려와서 가족들과 술을 마셨다. 아빠는 막걸리만 마시셔서 아빠는 막걸리, 나랑 엄마는 와인을 마셨다. 뭐... 난 결국 와인을 다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고량주까지 마셨다.
이 날 마신 와인은 PAZ라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이었는데, 엄마가 매우 마음에 들어하셨다. 말벡 치고는 정말 부드러워서 술술 넘어갔다.(라고 말하지만 쎈 말벡도 난 좋아한다...ㅋㅋㅋ) 롯데 백화점에서 70000원에 팔리고 있었는데 행사가로 28000원에 구매했다. 70000원 주고는 못 사 마시지~~~ 엄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하셔서 행사할 때 한 병 더 쟁여 놓을까 싶을 정도!!!
내가 와인 전문가가 아니라 향이나 맛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리진 못하지만, 이 와인은 1) 말벡답게 신맛이 하나도 없고 2) 바디감이 풍부했다. 3) 말벡답지 못하게 매우 부드럽고 떫은 맛이 덜해서 목 넘김이 좋았다. 4) 재구매 의사는 100%, 단 가격이 3만원 정도일 때!